[뉴투BIZ] 삼성 이재용의 ‘식탐’…인수합병(M&A)은 계속된다
미스터리행성
클라우드, 디지털광고 이어 미국 프리미엄 주방가전업체 인수
막대한 삼성전자 이익 앞세워 왕성한 스타트업 기업들 M&A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와 디지털광고회사 인수. 자동차 부품회사 인수추진, 그리고 주방가전기업 인수까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인수합병(M&A) ‘식탐’이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록적인 순이익 행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프리미엄 주방가전기업 데이코(Dacor)를 인수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데이코의 연간매출이 2015년 기준 2억달러(22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조 단위의 인수자금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데이코 인수는 북미 가전시장 진출전략과 맞물려 있다. 데이코는 스탠리 조셉에 의해 1965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가족기업으로 오븐과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생활가전 부문에 특화된 고급브랜드다.
지난 2010년 독일 BMW그룹의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DesignworksUSA)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주로 북미 주택시장과 건축 리노베이션 시장에서 고가 주방 가전제품을 입주시켜온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인수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가전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주택건축업을 비롯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도 활로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코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1300개에 달하는 쇼룸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미에서 지난 2분기에 5대 생활가전 시장점유율 16.7%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M&A행보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와 캐나다의 디지털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AdGear)를 잇달아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탈리아 자동차기업 피아트의 자동차부품 사업부문인 마그네티마렐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예상가만 30억달러(3조3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딜이다.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북미 공조(냉방·공기정화) 전문 유통회사인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를 인수해 B2B 시장 개척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2년전부터 팔 것은 팔고, 살 것은 사는 그룹 리모델링에 주력해 왔다. 그룹의 핵심 사업을 전자-금융-바이오 등 3각 편대로 정리하고 대신 비주력 계열사들을 대거 정리했다.
성적표도 좋아지고 있다.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5월 9일 133만5000원이었으나 현재는 154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최고가(158만4000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벤처괴물 구글과 닮은 행보에 업계 주목
3분기 실적 역시 2분기와 마찬가지로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비슷한 나이에 그룹을 승계한 이건희 회장이 87년 취임 당시 9조9000억원 정도였던 그룹 매출을 400조원 가까이 끌어올렸고, 1조원 수준이던 그룹시가총액을 350조원으로 수백배 불린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내세울 것이 없는 성적이지만 이 부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스타트업 사랑은 끝이 없다. 삼성그룹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0여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트업이다. 미국 투자정보 사이트 ‘크런치 베이스’의 분석자료를 보면 삼성은 이 기간 공개된 투자금액만 13억2889만달러(약 1조5680억원)에 달했다.
이는 공개된 액수만 집계한 것으로 비공개가 많은 M&A 특성상 실제 투자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인수한 스타트업 중에는 요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가상현실(VR)과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이 꿈꾸는 삼성의 미래가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구글의 행보와 많이 닮아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지난해 내놓은 새로운 삼성식 기업문화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로 요약되는데, 이는 다분히 구글의 기업문화와 유사하다.